그래서 나는 행복하다.
산은 내게 있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. 히말라야 8천 미터급 열네 개 봉우리와 세계 일곱 개 대륙의 최고봉 등정을 이루기까지, 사십 차례이상 세계의 높은 산들을 오르는 동안 쉽고 안전한 등반은 단 한 번도 없었다. 목숨을 건 위험한 등반, 그 속에서 나는 삶을 생각하고 신의 존재와 인간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.
대자연 앞에 한없이 무기력하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인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느 최선을 다했다. 지금까지 내 몸처럼 아꼈던 동료 일곱을 산에서 잃었고 나 역시 죽을 고비를 수도없이 넘겨왔다. 지금 이 순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기적일지도 모른다.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. 살아 있기 때문이다.